240620 박세리를 세계 최고로 키워낸 골프 대디…“아빠, 좋지?”

2024. 6. 19. 12:31카테고리 없음

240620 (목) 박세리를 세계 최고로 키워낸 골프 대디아빠, 좋지?”

이시간 이후로는 어떤 채무도 대신 책임지지 않겠다.” 천륜에 관한 문제다.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가족이어서 침 한 번 삼키기를 반복했다.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름이 공개된 탓에 소문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눈덩이는 이름을 걸고, 후배들에게 길을 닦아주려 만든 곳까지 덮칠 기세다. 할 수 있는 건 해야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47) 바즈인터내셔널 대표가 용기를 냈다. 그는 61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고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률 대리인과 함께 전면에 나섰다.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세리는 항상 좋은 일로만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런 일로 인사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 문제다. 부친 박준철 씨가 재단 인장을 위조해 새만금 해양레저 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 한 사실을 인지해 이사회를 통해 경찰에 고소했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수사 중이다. 쉽게 얘기하면 아버지가 딸 명의를 도용해 수익사업에 발을 담갔다. 적지 않은 액수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고, 박씨 얘기를 믿고 골프국제학교 등의 설립 계획으로 사업에 참여한 업체도 퇴출되는 등 예상보다 피해가 커졌다.

 

이 과정에 박세리의 집이 경매에 나왔다’ ‘박세리 희망재단이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등 사실이 아닌 보도가 이어졌다. 명백한 2차가해로 볼 수 있는 대목. 박세리는 최근 사건에 대해 사실대로 보도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어서 짚고 넘어가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도움을 주기위해 만든 재단이 불필요한 구설수에 빠져 어려움을 겪으면, 유망주들의 꿈이 꺾일 수밖에 없다. 가족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정면돌파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후배들을 돕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와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고보니 내 꿈이 누군가의 꿈이 되는 순간, 이것도 내 꿈이 되더라. 누군가는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데,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망주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꿈과 희망을 주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이 마음이 더 굳건해질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담담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지만,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가족이어서,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인지상정이다.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참았던 눈물을 쏟은 박세리는 화가 너무 나서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계속 막았다. 아버지와 의견이 완전히 달랐는데, 내 선택 권한은 없더라. 그래서 각자 갈 길을 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아버지여서 참고 또 참았다고도 했다. “줄 선 것처럼, 매번 또다른 채무자가 등장하더라고 말할 때는 마이크를 쥔 손을 떨릴만큼 분노를 참았다. 박세리는 현 상태로는 아버지와 관계회복이 될 것 같지 않다면서도 가족일이 가장 어려운 것 아니겠나. 뭐라고 확답할 수 없다. 다른 가족들도 힘든 상황이다. 조금씩만 이해해달라고 읍소했다. 남의 일이라고 멋대로 휘갈기는 행태에 정중하게 멈춰달라고 얘기했다. “내가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니까라며 입술을 깨문 박세리는 계속 참고, 계속 대신 갚아준 게 화를 키운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나도 할 일이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야 한다. 앞으로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박세리 아버지 박준철씨는 박세리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스타로 키워낸 인물이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던 박세리가 골프에 재능을 보이자 중1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켰다. 한겨울에도 새벽마다 15층 아파트를 다섯 번씩 뛰어 오르내리게 했고, 매일 늦은 밤까지 1000번 넘는 스윙과 퍼팅 연습을 하게 했다. 스윙을 직접 교정해주고, 대회장마다 딸을 따라다녔다.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소화해낸 박세리는 중·고교 시절부터 선배 선수들을 제치고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었고, 세계 여자 골프를 주름잡는 스타로 성장했다.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후에도 아버지 박씨는 딸과 매일 1~2시간씩 통화를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코치이자 캐디,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은 셈이다. 박세리도 아버지를 깊이 생각하는 효녀였다. 그는 2016년 본지 인터뷰에서 ‘10대 때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을 어떻게 버텼느냐는 질문에 당시 아버지 사업이 크게 기울었는데도 아버지가 티를 안 내시고 묵묵히 골프 훈련을 지원해주셨다사업이 잘될 때 도움받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것도 봤다고 했다.

 

빨리 성공해서 저들에게 내가 잘되는 걸 꼭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공 하나하나 칠 때마다 절박하게 이를 악물고 쳤다고 했다. 아버지 박씨는 대전 지역에서 건설업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박씨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세리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애쓴다는 걸 일찍이 알았다미국에서 처음 우승한 후 전화를 걸어서 한 첫마디가 아빠, 좋지?’였다. 마지막 퍼팅하는 순간 홀컵에 내 얼굴이 보였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세리는 선수 은퇴 무렵까지도 아버지와 함께 스윙과 그립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유명인들 아버지를 소개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부녀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끈끈했던 부녀 관계도 결국 재단 관련 문제로 위기를 맞게 됐다. 박세리는 61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저희 아빠이기에 모든 채무를 내가 변제해 드렸다. 그러나 하나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계속 등장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를 고소한 것이 부녀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박세리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보기 좋았는데 지금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막을 수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박세리는 1977년 전남 광산군 송정읍 송정리(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생후 열흘 만에 대전 유성구로 이주해 유성초등학교와 갈마중학교, 금성여자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충청의 딸'이라 불렸다. 유성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 박준철씨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육상선수였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체력과 남다른 감각을 타고난 그는 아마추어 시절 프로 잡는 아마로 명성을 떨쳤다. 1992년 갈마중학교 3학년 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라일 앤드 스콧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고교 1년 때 톰보이 여자오픈마저 제패한 박세리는 고교 3학년 때이던 1995년에 KLPGA투어서 4승을 기록했다. 1996년에 프로 전향을 선언한 뒤에도 4승을 거둬 상금왕을 차지했다. 미국 진출 첫 해인 1998년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했고 같은 해 7월 미국 내셔널 타이틀’ US 오픈도 제패했다. 당시만 해도 골프약소국이던 한국의 골퍼가 해낸 기록적인 성과였다. 특히 18번홀(4)에서 티 샷이 감기면서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날아가자 박세리는 연못 턱에 걸려 있는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구사, 보기로 막았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우승 버디를 낚았다.

 

이 우승으로 박세리는 IMF로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선사했다. 박세리는 1998년 제니스 무디(스코틀랜드)929점 차로 제치고 신인왕에 올라 1996년 카리 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점수 차로 신인왕에 올랐다. LPGA 투어에서 치른 6번의 연장 승부에서 모두 이겨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0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당시 박세리는 우승의 비결로 이렇게 말했다.

 

꼭 성공 해야겠다 이 마음밖에 없다. 단순했다. 성공해야 할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아빠 사업이 잘 안 되면서 부모님이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게 당시의 내겐 아픔이었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짜 독하게 했다. 감사하게도, 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이후 '세리키즈'들이 그의 뒤를 이었고, '골프대디 1세대'이던 박준철 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박세리의 나이 서른 아홉, 26년간의 골프인생을 마무리하며 인천 영종도의 골프장에서 은퇴 경기를 할 때도 그는 경기를 마치고 아버지 박준철 씨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골프의 시작과 끝에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박세리 홀로 감당해야 했던 가족의 무게도 있었다. 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세리 이사장의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박준철 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박세리희망재단 측은 결국 박준철 씨를 고소한 상황. 박세리 이사장은 6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버지의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그러면서 문제가 더 커졌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사건 이후로는 아버지와 연락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족에 대한 질문에 회견 도중 눈물을 보인 그는 "저는 울지 않을 줄 알았다"면서도 "재단 차원에서 고소장을 냈지만 제가 이사장이고, 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재단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인재들을 찾아내고 도와야 하는 단체"라며 "그러려면 이런 개인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세리희망재단은 최근 홈페이지에 '박세리 감독은 국제골프스쿨, 박세리 국제학교(골프 아카데미 및 태안, 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 계획·예정이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재단에 사업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민간 사업자에 해명을 요구했으며 진위 확인, 청문,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우선협상자 지정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는 박씨의 부친이 추진하고자 했던 국제골프학교 사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박씨의 부친이 박세리희망재단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발표에도 참여하니 정말 그가 박씨를 대변하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세리가 소유한 주택과 대지도 경매에 넘어갈 뻔 한 것을 그가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1785규모 대지와 해당 대지에 건축된 주택과 차고, 업무시설 등에 대해 법원이 최근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주택엔 박세리 부모가 살고 있다. 박세리 소유의 539.4규모 대지와 이 위에 세워진 4층 건물도 경매에 나왔다. 경매 결정이 내려진 건 박세리의 부친 박모 씨가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에 얽혀있는 상황에서 채권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박세리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경매 집행은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리가 가장 해명하고 싶었던 건 집 경매 건이었다. 그는 "아버지 채무 관련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집 경매 건에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더라. 그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현재 경매에 나와 있지는 않다""내가 법적으로 올바르게 해결했다. 내 명의로 집을 인수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동할 당시 박세리 선수의 부친 박준철 씨가 불법 도박·폭행 의혹에 휘말렸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충남 공주시의 한 사택에 개설된 속칭 하우스도박장에서 도박판이 벌어졌으며, 이 자리에 박 씨가 있었다고 한다. 집과 대지가 경매에 넘어간 것, 줄지어 이어지는 빚을 갚아야 했던 것도 그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박세리희망재단은 홈페이지에 나쁜 경험은 없다는 문구를 써놨다.

 

박세리는 이전 인터뷰에서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경험이 있어야 성숙하고 성장하는 거다. 경험이 없으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헤쳐 나갈지 모른다. 초등학생들 보면 대회 후에 못 쳤다고 울기도 하고 속상해 한다. 그러면 괜찮아. 더 못 쳐도 돼. 못 치면 못 칠수록 더 좋은 거야라고 말해 준다. 왜냐면 못 쳐야 나중에 어떻게 해야 될지 알게 된다. 이렇게도 치고, 저렇게도 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누가 똑바로 치나. 못 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헤쳐 나올지 생각하면서 성장한다. 매번 똑바로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실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만회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고 항상 말한다.” 이 일 역시 박세리에게 나쁜 경험만은 아니기를 바라본다.

 

 

 

 

 

 

 

 

 

 

 

 

김여정도 없이 혼자 터벅터벅혈혈단신 푸틴 맞은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는 모습은 상당히 생경했다. 핵심 수행원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나 당·정부·군의 고위 간부들 없이 '혈혈단신'으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한 것이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러시아 매체들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장면에선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순안공항 레드카펫 위에서 홀로 뒷짐을 진 채 푸틴 대통령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공항 청사를 통해 활주로에 들어서면서도 아무 수행원 없이 혼자 걸어 나왔다.

 

이는 과거 김정은 총비서가 다른 나라의 정상을 맞이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맞을 때는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항에 나왔으며 대규모 수행원들이 동행했다.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았을 때도 많은 인민이 동원되고 대대적인 사열이 진행되는 등 환영행사가 대규모로 치러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풍경은 앞선 두 사례에 비하면 '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노동신문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와 주북 러시아대사관 인사들 외에 북한 측 주요 당··군 간부들을 호명하진 않았다. 외교수장인 최선희 외무상마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의 수행비서인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현장에서 최소한의 의전을 챙기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교적 결례로도 해석될 수 있는 조촐한 영접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이 주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초 18일 저녁에 평양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평양 방문 전 들른 극동지역에서의 일정이 길어지며 619일 새벽에서야 평양에 입성했다. 러시아 측이 대부분의 일정이 이날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미뤄봤을 때 새벽시간에 큰 행사를 치르는 것이 선전효과도 낮고, 이날 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러가 의도적으로 수행원들을 배제하고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만을 부각해 두 정상의 '브로맨스'를 돋보이게 한 것으로 보이고 한다.

 

이날 김정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을 숙소까지 안내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차'인 고급 아우루스 차량에 동승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의 숙소인 금수산영빈관에 도착한 뒤에도 직접 안내하며 '따뜻한 담소'를 이어나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공개된 사진과 영상 속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차를 타고 이동하며 최근 수년 사이 평양에 새로 건설된 화성거리를 지나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성거리의 고층 빌딩과 상가는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환하게 불이 켜진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평양의 화성거리를 국제적으로 선전함과 동시에 평양이 '경제 발전'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푸틴 대통령에 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보인다. 이날 노동신문도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를 누비시면서 최고 수뇌분들은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푸시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북러)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눴다"라고 전했다.

 

 

 

 

 

 

 

 

얼차려 사망훈련병 분통책과 생필품 넣어 26완전군장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모 훈련병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이냐며 정부와 군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619일 군인권센터는 박 훈련병의 어머니가 전해 온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박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날이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한 것 같다걱정 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고 아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고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차려를 받은 상황과 쓰러진 뒤 군대의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26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다.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

박 훈련병이 명령에 따라 얼차려를 이행한 데 대해선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한다.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비통해했다.

 

숨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도 편지 곳곳에 담겼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느냐고 전하고 싶다오늘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다 죽임당한 아들이 보고 싶다고 썼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지는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한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한편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전날(618)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6일 만이자, 지난 613일 첫 피의자 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5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훈련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교대 합격선 하락서울교대, 3등급대로 하락

2024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합격선이 4등급대로 하락한 교대가 5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19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대학어디가에 공개된 9개 교대(전주교대는 백분위점수 비공개로 제외) 3개 초등교육과의 최종 등록 신입생의 국어·수학·탐구영역(국수탐) 평균 백분위 70% 합격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2개 대학 중 10개 대학이 2023학년도보다 점수가 하락했다.

 

특히 5개 대학은 합격선이 4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수탐 평균 백분위 70% 기준 4등급인 곳은 진주교대(75.20), 제주대 초등교육과(73.83), 공주교대(71.42), 청주교대(70.83), 대구교대(67.75) 5곳이었다. 2023학년도에는 합격선이 4등급대인 곳은 없었다.교대 중 최상위권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교대의 합격선은 2등급(90.67)에서 3등급(87.67)으로 하락했다.

 

합격선이 오른 곳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90.50, 2.83점 상승)와 춘천교대(80.33, 0.16점 상승) 2곳 밖에 없었다. 이는 교권 침해 논란과 학령인구 절벽으로 인한 교사 임용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학생의 교대 비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교대 합격선이 4등급대인 곳이 거의 절반인 수준으로, 상위권 학생의 교대 선호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첫 폭염주의보양산·손풍기 들고 '그늘로

"(건물) 냉방 온도를 평상시 25도에서 23도로 낮췄는데도 오전에만 덥다며 불평하는 전화를 열댓통 받았어요." 6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빌딩 밖에서 화단을 정비하던 건물 관리인 윤창식(69)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건물 입주 직원들의 연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을 보면 이날 중랑구는 오후 35분 기준 37.0, 강남구는 오후 258분 기준 36.9도를 기록했다. 최고체감온도도 각각 32.6, 33.8도였다. 영등포구 지하철 5·9호선 근처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땡볕을 피해 가로수 그늘에 모였다. 겉옷을 차양 삼아 머리를 가린 채 바쁘게 걸어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하늘색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회사로 돌아가던 송윤지(36)씨는 "이틀 전 '손풍기'를 꺼냈다""이제는 걷기만 해도 땀이 난다"고 말했다.

 

종로구 광화문 앞 도로 곳곳에서는 열기를 한껏 품은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광화문광장에는 그늘이 많지 않은 탓인지 시민이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오가는 시민 대부분은 양산을 들거나 모자를 쓰고 햇빛을 피하고 있었다. 광장 한쪽에 마련된 분수대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놀러 온 아이 네댓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홀딱 젖은 채 뛰놀았다. 여섯살 아들에게 경복궁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종철(39)씨는 "아이가 너무 더워해서 (더위를) 좀 식히라고 분수대에 왔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더운 날씨에도 광화문과 세종대왕상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미국 텍사스에서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다는 티나는 "서울이 처음인데 마치 뉴욕처럼 크고 멋져 좋다"면서도 "날이 너무 더워 관광하기 힘든 건 사실"이라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온 샘(32)"이틀 전에 왔는데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좀 더 날이 시원할 때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은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이열치열' 정신으로 불볕더위에도 밖으로 나와 운동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다. 여의도공원에서 산책하던 최모(61)씨는 "이 정도로 더운 줄은 몰랐다""8월 무더위가 벌써 오는 것 같아 올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원 농구장에서 운동을 마친 한 시민은 웃통을 벗고 수돗가에서 땀을 씻어내기도 했다. 더위가 힘든 건 동물도 마찬가지였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반달가슴곰과 암사자는 시원한 벽에 몸을 기대고는 배를 까고 드러누웠고, 야외 방사장 그늘에서 쉬던 재규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동물들이 대체로 실내 사육장에 들어가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관람객 표정은 밝았다.

 

친구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서모(50)씨는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동물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사람 욕심에 동물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오늘은 좋은 경치를 보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웃어 보였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전망일 때,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이나 폭염 장기화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작년보다 첫 폭염주의보 발령일이 하루 늦기는 하지만 올여름이 평년보다 덜 덥지는 않을 전망이다. 앞서 기상청은 올해 6월과 8월 기온이 50% 확률로, 7월 기온이 40% 확률로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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