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04:25ㆍ카테고리 없음
221107 "화약 발파, 탈출 시도"… 생환 광부 '기적의 221시간'
221시간 만에 무너진 광산 갱도에서 구조된 광부 A씨(64)는 “내가 살아나온 것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입원 치료 중 가족으로부터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서다.
◆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 듣고… “희망이 돼 다행”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A씨는 5일 “(구조된 후) 여러 사람에게 최근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고 들었다”며 “이런 가운데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구조 지시를 하는 등 너무나 많은 분과 정부 기관에서 도와줘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데 감사를 드리고 응원해 준 많은 분들한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0월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반장 A씨와 보조작업자 B씨(56)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10월 27일 오전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작업자를 구출하기 위해 제2 수직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매몰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땅 위에서 수직으로 시추기를 뚫어 내려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중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이 성공해 매몰됐던 작업자들은 고립 221시간 만인 지난 11월 4일 오후 11시쯤 갱도 밖으로 나왔다.
◆ 건강 상태 양호… “커피믹스 상당한 도움된 듯”
A씨 아들(42)은 “아버지 건강 상태는 지난 열흘간 거의 음식을 못 드신 것 치고는 굉장히 좋다고 한다”며 “주치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커피믹스가 상당히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방종효 과장(주치의)은 병원 1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커피믹스를 30봉지 처음에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A씨는 사고 충격이 컸던 만큼 광산에서 다시 일하기 힘든 상태다. 박씨는 “아버지가 ‘다시는 광부 일을 하기 싫다. 그쪽으로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구조됐을 때 시간 감각이 없으신 것도 정신적 충격으로 착각하신 것 같다. 지금은 얼마나 갇혀 계셨는지 어느 정도 가늠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A씨가 고립된 동안 수차례 탈출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아버지는 처음에 고립되고 사흘 정도는 갱도 내부를 돌아다니며 탈출구가 있는지 찾아봤다. 모든 길이 막혔다는 걸 알자 B씨와 함께 괭이를 들고 벽을 뚫으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10m 정도 벽을 뚫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멍 정도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탈출구 못 찾자 괭이질에 발파까지 탈출 노력
내부에서 벽을 뚫기 위해 발파 시도도 했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갱도에 들어갔던 다른 작업자도 고립돼 있을 가능성 때문에 발파를 시도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갖고 있던 화약을 이용해 발파를 시도했다”고 했다. 발파 시도는 암석 일부만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결국 탈출에 실패한 A씨와 B씨는 주변에 있던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을 만들고 체온 유지를 위해 모닥불도 피우며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갱도 내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시고 작업 전 챙겨갔던 믹스커피 30봉지를 조금씩 섭취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가끔 바깥에서 들리는 발파음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구조 직전인 열흘째 헤드 랜턴 배터리까지 바닥나자 A씨도 절망감을 느꼈다. 박씨는 “아버지가 B씨를 다독이며 열흘간 잘 계시다가 랜턴이 꺼지니까 두려움을 느끼고 B씨에게 ‘이제 좀 힘들 것 같다. 포기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 절망과 동시에 구조… 동료와 부둥켜안고 울어
절망감에 휩싸여 있던 이들은 고립 열흘 만인 4일 오후 11시쯤 진입로를 모두 뚫는 데 성공한 동료와 비로소 만났다. 당시 갱도 현장에 있던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은 마지막 장애물을 치우고 동료 광부들이 만난 첫 순간, 그들이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이상권 금호광업소 부소장은 “매몰된 작업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사고에 대처했고 이들이 작업하고 있던 곳에 직접 토사가 쏟아지지 않았던 것이 무사 생환의 결정적 이유였다”며 “이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구조 직후 안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열흘이나 있었던 이들 시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치료 중이다. 이들은 구조 직후 영양 주사를 맞고 금식을 해야 했지만 5일 점심부터는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게 됐다.
◆ 사고 관련 수사도 본격화… 전담수사팀 편성
안동병원 측은 “처음 오실 때는 체온이 떨어지고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하셨다”며 “근육 손상이 경미하게 왔는데 회복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평소에 상당히 체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산 갱도 붕괴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3개 팀 18명으로 봉화 아연광산 갱도 붕괴 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봉화의 기적’ 커피믹스… 산꾼들 “12g 먹어도 힘이 나요”
산꾼들 사이에는 생존에 직결되면서도 가벼워서 짐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꼭 챙겨야 할 물품으로 커피믹스가 손꼽힌다. 한 포가 10~12g밖에 되지 않는다. 경북 봉화에 있는 아연 광산의 수직 갱도에 9일이나 갇혀 있던 광원 둘이 기적의 생환을, 그것도 스스로 걸어서 나오는 동영상은 이태원 참사로 시름에 잠겨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이들의 생존 비결로 커피믹스를 밥처럼 챙겨 먹은 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모아 마신 일, 비닐로 천막을 치우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와 체온 저하를 막은 일,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널찍한 공간이 확보돼 적당히 운동도 할 수 있었던 여건 등이 꼽힌다.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두루 갖춰졌기 때문에 이들이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구조당국이 1차 천공 작업에 실패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전하면서도 실낱 같은 생존 가능성이 있다며 근거로 제시한 것이 두 광원에게 커피믹스와 물이 상당량 있을 것이란 사실이었다. 산꾼들 사이의 오랜 속설을 아는 기자로선 이 커피믹스의 역할에 대해 상당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이 생환 광원들의 주치의인데 5일 브리핑을 통해 “처음에 커피믹스를 30봉지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사흘에 걸쳐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는데 그게 상당히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뒤로는 아마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연명하신 것 같더라”고 말했다. 12g 밖에 안 되지만 커피믹스 한 포에는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 가치가 고루 담겨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믹스 한 포의 칼로리는 47.4㎉이며 단백질 0.4g, 지방질 0.3g, 칼슘 13.8㎎, 당질 10.8g이 들어 있다.
사실 고립된 상황에 처할 위험이 널려 있는 고산등반가들은 이런 영양학 정보보다 체력과 기력이 바닥났을 때 커피믹스 가루를 꿀꺽 삼키기만 해도 힘이 치솟는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체력과 기력이 되살아나고 무엇보다 의지가 샘솟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등반과 달리기를 결합한 울트라 달림이들도 짐을 엄청 줄여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이런 때 커피믹스가 가장 확실하고 믿음이 가는 방책이 된다. 해서 알프스나 돌로미티, 네팔 히말라야 등에서 만난 외국 산악인들이나 네팔 세르파들도 모두 한국 커피믹스를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것이다.
2017년 8월 부산진경찰서 경찰관들이 길가에 쓰러져 “사탕” “사탕”이라고 나직이 읊조리는 40대 여성이 저혈당 환자라고 직감하고, 근처 슈퍼에 들어가 커피믹스를 구해와 입안에 털어주어 위기를 모면한 일도 있었다. 우리 몸의 포도당이 부족해져 저혈당 상태가 되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이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 수가 빨라지며 식은땀과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뇌기능 장애로 몸이 마비되거나 쇼크사로 이어질 수 있는데 달달한 커피믹스가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다방에서 즐기던 달달한 커피 맛을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사실 커피믹스의 출발인데 지금은 세계인들이 스페셜티 커피란 이름으로 즐기고 있다. 2010년 후발주자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6개월 만에 해외 수출에 나서자 경쟁업체들이 모두 나서면서 12년 만에 일종의 케이 푸드가 됐다.
‘가을의 전설’… 황금빛 단풍비 내리는 천년고목 은행나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다. 전국에서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老巨樹) 나무 중에서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다. 현재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등 모두 25그루다. 향교나 서원, 절은 물론 동네 어귀를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일년에 딱 한번 이맘 때 쯤에 황금색 ‘잎비’를 내린다. 그리고 노란색 이불을 환하게 깐다. 일천 번이나 장엄한 잎비를 내린 천년고목 은행나무는 말 그대로 ‘가을의 전설’이다.
● 천년고목이 던지는 지혜와 위로
은행나무는 2억7000만년 전, 늦춰 잡아도 공룡시대인 쥐라기 이전부터 지구에 터를 잡아왔다. 공룡이 바라보던 그 은행나무가 지금도 거의 진화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두고 ‘살아 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칭했다. 세계 최고령의 은행나무는 중국 구이양(貴陽) 서쪽에 있는 수나무로 4000~4500살쯤 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의 수령은 1100년 가량이다.
지난 11월 1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76호) 앞에는 평일인데도 아침부터 장엄한 단풍을 보러온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은행잎은 아침 햇살이 비치자 투명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이 불 때마다 춤을 춘다. 수령 800~1000년으로 추정되는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2m, 최대 둘레 16.27m에 이른다. 한 그루의 나무인데도 마치 10여개의 나무가 한꺼번에 자라서 이룬 숲처럼 보인다.
나무 주변을 한바퀴 돌면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가 만들어낸 넉넉한 풍채와 변화무쌍한 위용을 볼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버섯처럼 솟아오르는가 하면, 한쪽방향으로 휘청이기도 한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엉덩이처럼 둥그런 두 덩어리로 서 있는 모습이 앙증맞기도 하다. 가슴 아픈 사건이 많은 스산한 가을에 은행나무의 넉넉하고 넉넉한 품은 커다란 위안을 준다. 경건한 마음으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가을이 깊어갈 때 우리의 마음도 익어가길 기도한다.
은행나무는 국내에 불교가 전래될 때 중국에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은행나무는 스님이 지팡이를 꽂으니 자랐다는 등 신비로운 전설도 내려온다. 경기 양평 용문사에는 아파트 14층 높이인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는 42m, 수령은 1100여 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았고, 가장 키가 큰 나무다. 신라의 마지막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으니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말도 있다. 세종 때는 장·차관급인 정3품 당상관 품계를 받을만큼 중히 여겨졌다. 화재로 타버린 천왕문 대신 은행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천왕목(天王木)으로 불린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이변이 생길 때마다 큰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고종이 승하했을 때 커다란 가지 한 개가 부러졌고, 8.15광복, 6.25전쟁, 4.19, 5.16 때에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한다.
지난 11월 1일 용문사 은행나무는 ‘잎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단풍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영화같은 풍경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떨궈버리는 장면인데도 천년고목은 조금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길어봐야 백년 남짓 사는 사람에게, 천년세월 동안 범상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온 은행나무의 정신적 가치는 어떤 것과도 비교불가다. 나도 노거수처럼 늙어가고, 언젠가 저렇게 떠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 노랗게 변화하는 신비한 공간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 노거수(老居樹)를 보러 멀리서 찾아왔는데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나무 아래 형광등을 켠 듯 환하게 깔린 은행잎을 보는 것만으로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환희다. 서울의 가로수 은행나무는 단풍잎이 떨어지는대로 치우기 바쁘지만, 절이나 향교, 서원에 있는 단풍잎은 노란색 단풍으로 카펫을 깔아 오랫동안 특별한 감흥을 던져준다. 영주 부석사의 일주문부터 안양루와 석등,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은 은행나무 단풍잎이 만든 황금터널을 너머 극락세계로 가는 길이다.
경남 밀양의 금시당도 오히려 단풍잎이 다 떨어진 11~12월에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몰려든다. 금시당은 조선 명종 때 좌부승지를 지낸 이광진(1517~?)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와 1566년에 지은 별장이다. 정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이광진이 직접 심은 것이라 하니, 수령이 450년 가량 된 셈이다. 은행나무 잎이 거의 다 떨어진 후 금시당은 더 환상적이고 신비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한옥과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마치 옐로우 물감을 쏟아 부은 듯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변한 느낌을 준다.
1996년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 궁중악사 종문(한석규)과 미단공주(진희경)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죽은 뒤 암수 은행나무 두그루로 환생한다. 그리고 1000년 뒤에 미단공주의 은행나무는 침대로 만들어지고, 은행나무에 깃들인 미단공주의 영혼이 현실에서 나타나 벌어지는 판타지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보듯이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된다. 암나무에서만 은행나무 열매가 열린다. 그래서 어느 지자체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은행 열매 때문에 멀쩡한 암나무 가로수를 베어내기도 한다.
서울 성균관 문묘(文廟)에는 수령 약 400년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수령 400년 가량의 문묘 은행나무는 인천 강화 전등사, 강릉 주문진읍 장덕리 은행나무와 함께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부와 수행, 일상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를 뿜는 열매가 맺히니, 제발 열매를 맺지 않게 해달라고 제사를 거듭 드리자 성별이 바뀌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묘 은행나무 단풍은 담장 밖에서 성균관 명륜당의 기와지붕의 곡선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 더 멋있다. 가을이 되면 담장 앞 포토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성균관처럼 옛 선비들이 공부하는 향교나 서원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 이유는 공자가 제자들과 강학했던 행단(杏亶)의 고사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때 산동(곡부)의 공자묘 대전(大殿)을 이전 확장하면서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강당의 옛 터가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 공자의 45대손인 공도가 이곳에 살구나무를 심었고, 금나라 때에는 행단(杏亶)이라 쓴 비를 세웠다. 행(杏)은 살구나무라는 뜻도 있지만 은행나무라는 의미도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여겨 배움의 공간 곳곳에 사대부의 상징물로 심었다.
천연기념물 제562호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는 자연 생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타원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말에 찾아갔을 때 아직 단풍이 충분히 들지 않았는데, 초록색 바탕에 일부 노란색 단풍이 폭포수처럼 층층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더욱 선명해서 아름다웠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수령 8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중 수폭(나무넓이)가 가장 넓어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있는 나무다.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라는 혹이 생기기도 한다. 생김새가 여인의 유방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기능은 공기 뿌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가장 비싼 은행나무로 회자된다. 1990년 당시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은행나무는 수몰 위기에 처했다. 결국 은행나무는 60억 원을 들여 4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옮겨심어 700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나무를 들어 올리니 무게가 680톤이나 나갔다고 한다. 해마다 은행나무가 떨군 노랑 단풍으로 카펫을 까는 아름다운 길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홍천군 내면 광원리를 비롯해 괴산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나주시 남평읍, 거창군 거창읍 의동마을,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 등이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말 그대로 황금터널이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분에 선정된 길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 중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아산시에서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라 여유롭게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정류장 갤러리 옆에 6개월 뒤 수신인에게 편지를 전하는 빨간색 ‘사랑의 우체통’도 인기다.
18년째 전국의 오래된 나무를 찾아다니고 있는 ‘노거수(老巨樹) 답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은행나무는 생존력이 강할 뿐 아니라 조선시대 유교에서 신성시하며 보호했기 때문에 거대한 크기로 잘 보존돼 있는 나무가 많다”며 “수백년 살아남은 노거수 중에서 은행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 등과 달리 선명한 빛깔로 단풍이 들기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전국의 은행나무들을 찾아다니며 감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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